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소담출판사
( 출판일 : 2005-12-20 )
작성자 :
이○림
작성일 : 2024-11-01
페이지수 : 240
상태 : 승인
'모순의 인간'이 '모순의 사랑'과 만난다.
그 자체로 모순인 이 둘의 만남이란 말하지 않아도 예측되는 모순의 폭발이며 모순의 파티다.
그러나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라면, 그래... 무엇인지도 알겠고 그렇지만 보고싶다.
겉으로 고요하나 속은 여전히 들끓고 있는
잔잔한 호수 아래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한 그 마음이 그리하여 쓸쓸한 그리움이.
"나는 창가로 다가가 외등으로 뿌연 정원을 바라보았다.
겨울의 정원은 점령군이 휩쓸고 지나가 버린 듯 황량해 보였다.
그 황량한 정원으로 스물아홉 나의 생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의 사랑과 나의 행복과 그토록 원했던 것들이
손끝에 만져진다고 생각했던 순간,
내 손안에서 사라져 갔던 그 기억들처럼."(226p)
작가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형상들은 아름답다.
겨울의 정원.
아름다웠고, 향기로웠고, 매일 새로운 생기로 삶의 기쁨을, 최고의 희락을 안겨준
그 정원에도 겨울이 왔다.
언제고 올 겨울이지만 아무도 겨울이 올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으로 내달리고 있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는 인간처럼
이별을 향해 내달리고 있지만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그렇게 인간은 살아가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사랑하지 않음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는
그럼에도 사랑하였음이 우리로 하여금 생을 다해 그토록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그 존재가 있음이 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작가의 단어들, 그 문장들이 오래 전 기억 저편으로 버려 둔 사랑의 기억들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되살아나게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이었구나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기적이었구나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도, 사랑도 그런 아름다운 기적이구나...
또 한번 작가가 뿌려 둔 마법에 스스로 걸려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