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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난다 ( 출판일 : 2022-10-17 )
작성자 : 김○아 작성일 : 2024-05-13
페이지수 : 326 상태 : 승인
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지은이는 문학평론가이면서 2005년 계간[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직중이다. 인생은 조금도 특볋지 않은 특별한 말이다. 사전에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혹은 그 기간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뜻 말고도 어떤 사람과 그 삶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특별한 뜻이 적혀 있다. 이런 예문과 함께, 인생이 불쌍해서 살려준다. 인생은 살려줘야 할 정도로 불쌍한 것이다. 왜 그런가. 인생은 저렇지 않아 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입센의 세계느 ㄴ아무리 복잡한 비밀도 결국은 풀리면서 /긑나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문학적인” 세계라는 것, 체호프는 다르다, 라고 비평가 제임스 우드는 말한다. 체호프는 수수계끼로 시작할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로 끝낸다고. 인생의 질문들 앞에서 난 모른다라고 중얼거릴 따름이라고.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그것은 빈 바구니예요. 당신의 인생을 거기 집어 넣고 그로부터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이런 생각까진 못했어도 10대 후반의 어느날부터 시를 좋아했다. 스물몇 살 때 사람들 보라고 처음 어딘가에 연재한 글도 시화를 흉내낸 것이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때의 것을 닮은 , 내 글쓰기의 원형이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사랑의 바보는 난생처음, 제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이을 깨닫는다.
내 삶은 폐쇄되기 전에 두 번 닫혔다. : 내 삶은 폐쇄되기 전에 두 번 닫혔다. 그러나 두고 볼일. 불멸이 나에게 세 번째 사건을 보여줄지는, 내게 닥친 두 번의 일들처럼 너무 거대하고, 생각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절망적일지는 이별은 우리가 천국에 대해 아는 모든 것, 그리고 지옥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
하람 한평생에 칠십종이 넘는 벌레와 열 먀리 이상의 거미를 삼킨다 한다 나도 떨고 있는 별 ㅎ나를 뱃속에 삼켰다. 남들이 보면 ㅁ부리긴 새가 겁에 질린 무당벌레를 삼켰다 하리라 목없이 무당개구리를 초록 물뱀이 삼켰다 하리라 하지만 나는 생쥐 같이 노란 어던 것이 숙변의 뱃속에서 횟배를 앓게 한다 하리라 여러 날 굶은 생쥐가 미끄러운 짬밥통 속에서 엉덩방아 찧다가 끝내 날개를 얻었다 하리라.
나날들: 나날들은 왜 있는가? 나날들은 우리가 사는 곳. 그것은 오고, 우리를 깨우지 끊임없이 계속해서. 그것은 그 속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있는 것; 나날들이 아니라면 우리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아. 그 문제를 풀자면 사제와 의사를 불러들이게 되지 긴 코트를 입은 채로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그들을.
황동규의 시를 오래 읽어왔지만 아직도 그 특유의 자연스러움 앞에서 골/돌해진다 하도 자연스러워서 특별한 줄도 모르고 넘어 가게 되는 이 자연스러움은 음악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어떤 음악도 중간부터 연주할 수 없고 또 끝에 닿기 전에는 끝낼수 없다. 언제나 적절한 시작과 합당한 끝이 있으되, 그것이 지루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 시 한편을 무슨 대단한 철창으로 만들겠다는 어설픈 조바심 같은 것 없이 마치 4악장곡의 중간 악장 하나를 끝내는 중이라는 듯이 시에서 부드럽게 빠져나온다.
어머님. 백세 가까이 곁에 계시다 아버님 옆에 가 묻히시고
김치수, 오래 누워 앓다 경기도 변두리로 가 잠들고
아내. 벼르고 벼르다 동창들과 제주도에 갔다.
늦설거지 끝내고 구닥다리 가방처럼 혼자 던져져 있는 가을 밤,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가 끝난다.
창을 결고 내다보니 달도 없다. 마른 잎이 허공에 몸 던지는 기척 뿐, 소리도 없다. 외로움과 아예 연 끊고 살지 못할 바엔 외로움에게 덜미 잡히지 않게 몇 발짝 앞서 걷거나 뒷골목으로 샐수 있게 몇 걸음 뒺 ㅕ걷진 말자고 다짐하며 살아왔것다. 창밖으로 금 간 클랙슨 소리 하나 길게 지나가고 오토바이 하나 다급하게 달려가고 늦가을 밤차고도 투명하게 고즈넉한 밤. 별말 없이 고개 기울이고 돌고 있는 지구 한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처박혔다 가리라는 느낌에 맥이 확 풀리거나 나이 생각지 않고 친구들이 막무가내로 세상ㄸㄹ때 책장에서 꺼내 손바닥 따갑게 때리던 접이부챌ㄹ 꺼내 이번에는 가슴을 되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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