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한겨레출판
( 출판일 : 2023-07-07 )
작성자 :
김○아
작성일 : 2024-05-10
페이지수 : 238
상태 : 승인
기상학자이자 자연 가까이 산책하기를 좋아하고, 생활의 날씨 이야기를 즐겨 쓰는 이우진 저자는 연세대학에서 천문기상을 공부하고, KAIST에서 물리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하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구름이 비를 내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뜬구름 만큼 현실적인 문제도 별로 없다. 예로부터 비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구름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란 천사들이 뛰어 노는 솜뭉치 같은 진부한 생각에 그치기 십상일것이다. 이책은 과학이 알려주는 단서를 따라 평범한 상상을 넘어 삶에 대한 신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밤하늘의 페가수스 별자리 방향에는 프랑스 천문학자 스테판이 발견한 다섯개의 은하가 보인다. 3억광년 거리의 먼 은하부터 3천만 광년 떨어진 가까운 은하까지 다양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스테판의 오중주라고 부른다. 음악의 오중주라는 형식을 광활한 우주에 투영한 것처럼, 변화 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의 선율로 다룬 과학책이 있다면 어떨까?
봄의 시작은 매번 다른다. 입춘이 지마년 절기상 으레 본이 문턱에 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깥 날씨는 아직 겨울을 가르키는 때가 많다. 사람마다 느끼는 추위는 다르겠지만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온다는 경칩이나 춘분은 지나야 제대로 봄의 온기를 느낄수 있다. 보이 오면 새벽길도 한결 훤해진다. 아직 찬 기눙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코끝을 찡하게 했던 매운 기운은 사라진지 오래다. 목을 컬컬하게 했던 마른 공기에는 어느새 물기가 늘어나 숨쉬기도 할결 부드럽고 편안하다, 산수유는 만발한지 오래고, 목련도 꽃봉오리가 부풀어 금방이라도 털지것만 같다. 공원 산책로나 잔디 위에도 그간 얼었더 ㄴ땅이 녹아 여기저기 물기가 촉칙이 잡힌다. 누런 잔디 사이로 초록빛 잡초가 여기저기 고개를 내민다. 두퉁한 위투를 입었다가도 한탖에는 햇폍이 따가워서 벗어젖힌다. 봄이 되면 두세달 사이에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높아지는 엄청난 기후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다만 몇달 뒤에는 본래의 기후로 돌아올것임을 알기에 당연하게 감내할 뿐이다. 이맘때 쯤 찾아오는 계절의 교대식은 북반구와 남반구가 서로 임무를 맞바꾸는 시기와도 맞물려있다. 차가운 시베리아에서 적도를 향해 흐르던 대기의 강물은 이제 방향을 바궈 타는 참이다. 강남에서 제비가 찬아오듯 다시 남쪽에서 따듯한 기운이 우리나라를 향해 되돌아 오는 것이다.
요일을 확인하면서 지구 바깥의 행성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수목금토는 태양을 도는 행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조조명으로 탁해진 요금 도심에서 여전히 밤하늘을 수놓은 건 행성밖에 없다. 육안으로 보기에 , 화성은 붉은 빛이 감돌며 격렬한 느낌을 준다면 금성은 아이보리에 황색이 섞여 우아한 느낌을 준다. 금요일은 주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면 화요일은 바쁜 한주의 정점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왠지 소란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금요일과 화요일의 기원이 되었던 금성과 화성은 실제 금요일 및 화요일과 비슷한 대기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금성은 아이보리에 황색이 섞여 우아한 느낌을 주는 반면, 화성은 붉은 빛이 감돌아 격렬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금성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비너스 여신으로 섬겼고, 소원을 빌기도 했지만, 화성은 붉은 빛이 피를 연상시킨 탓에 전쟁의 신으로 숭상받았다. 그 색은 대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성에 이산화탄소가 매우 두텁게 행성을 에워싸고 있어서 햇빛이 대기층을 뚫고 들어가기 힘들어 상당량이 반사된다. 구름층에 햇빛이 반사되어 빛나듯이 이산화탄소 대기층에 햇빛이 반사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므로 밝게 빛나 보이는 것이다. 화성은 공기가 희박하여 반사되는 햇빛이 적을 뿐만 아니라 행성의 토양에 많이 분포하는 산화철이 먼지가 되어 비산하여 디기중에 많이 떠 있다. 이 산화철 먼지들이 파장이 짧은 파란빛은 많이 흡수하는 대신 파장이 긴 붉은 빛은 많이 산란하여 우리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화성이 검붉어 보인다.
타이타닉호가 가라앉던 밤바다는 유난히 고요하고 잔잔했다. 선뜻 다가온 재앙의 전조는 수면 아래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지나던 배들이 빙산이 떠다닌다는 경고를 수차례 전했건만 귀담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멀리 내다보는 쌍안경이 사물함에서 잠자는 동안 망루의 지킴이들은 눈앞으 상황에만 매달렸다. 속력을 높이고 탑승 좌석을 늘린 대신, 위험에 대비한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의 현실이 왠치 타이타닉호의 처지와 닮아 있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